한번은 대학교 전공 수업시간에 이런 일이 있었다.
매니저와의 좋지 못한 일로 최근에 뉴스에도 많이 나왔던 유명한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의 공연이 있던 목요일 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뮤지션이라 꼭 한번 공연을 보고 싶었다. 비록 이미 전공을 가진 대학교 2학년이지만, 내 전공에 대한 나의 적성에 의심이 들었고, 한편으론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는 터라 이 공연이 나의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지는 않을까 기대를 하며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후 6시까지 전공수업이 있었고, 공연에 정시에 맞춰 가려면 최소한 5시 반에는 학교에서 출발해야 했다. 그래서 교수님께 조퇴를 해도 되는지 여쭈어 보았다. 교수님은 어이가 없다며 웃으셨다. 일단 가도 된다는 허락은 하셨다. 강의실에서 짐을 싸는데, 교수님이 학생들과 내가 조퇴를 한다는 이야기를 가지고 농담을 하셨다. 얼굴이 화끈거릴정도로 부끄러웠지만 일단 나도 같이 웃음으로 동조하고 강의실을 나왔다. 나는 학교를 떠나는 길에 화가 났다. 대학교에 와서 학생들 앞에서 교수님에 의해 웃음거리가 된 것에 대해 너무나도 수치스러웠고, 놀린 교수님에게도 화가 났다. 내가 무엇인가 잘못을 했지만 그 잘못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세상에는 부러운 사람들이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 나는 그 사람들을 동경했다. 나에게 그들은 삶의 표준이였다. 어떻게 하면 나도 그들 처럼 될 수 있을까, 성공담, 자서전, 인터뷰 등 그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게 된 과정이 담긴 글도 관심을 가지고 많이 읽었다. 어느 날 가족과 식탁에 둘러앉아 밤을 까먹는 자리에서 아버지가 이야기를 해주셨다. 인천의 한 가장이 잘 나가던 자신의 직업을 뒷전으로 하고 자전거수리상을 열었다고. 이렇게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은 누가 말려도 그 일을 꼭 하고야 만다는 이야기였다. 자아실현을 하는 사람들은 극소수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평범하게 산다고 하셨다.
공연이 있던날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은 마치 유명인의 자서전에 나오는 '인생의 전환점' 같은 이야기가 나에게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내가 특별한 사람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발단된 일인것 같다. 공연을 보러가는 일 때문에 전공수업을 빠진다는 나의 생각 자체는 아직까지 크게 잘못되었다고 느껴지진 않지만, 대학 교수님을 어이없게 만든 생각이라는 정도로 기억하려고 한다.
